'2012/02/22'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2/22 [RIP] 배우 이은주 7주기
2012/02/22 17:11





2005년 2월. 당시 나는 시사다큐프로그램 <뉴스추적>에서 3.1절 특집 '누가 변절자인가'를 제작하고 있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가운데 훗날 변절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몇몇 인사의 '변절 증거'가, 실은 후대의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조작됐거나 날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논쟁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취재는 쉽지 않았다.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일제강점기 말기 변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제1대 광복회 회장까지 역임한 이갑성. 그가 일제 말기 군국재벌 미츠비시의 중국 신경출장소 이사를 역임했다는 의혹이 1960년대에 제기돼 광복회에서 쫓겨나고 이후로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취재팀은 과연 그 의혹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 현지취재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2월 22일. 카메라팀 선배와 나는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일제시대 연구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립 교토대학교 인문학연구소를 찾아 자료를 촬영하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급하게 결정된 출장이라 현지 안내와 코디네이션을 맡을 가이드도 어렵게 구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간사이 공항에서 조우한 가이드와 인사를 나눈뒤 처음으로 들은 얘기가 "배우 이은주가 자살했더라고요." 였다. 연합뉴스의 1보가 오후 2시 28분자로 되어 있으니, 자살 소식이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나름 이은주를 좋아하던 영상기자 선배와 나는 물론 충격.

특집다큐 취재는 짜여진 일정대로 숨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그 선배와 일본에 머물던 며칠동안 저녁에 술잔을 사이에 놓고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그녀가 가진 개인적인 문제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자세히 알기 어려웠고, 자살 이유를 추정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변죽만 울리는 화제성 기사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때, 마음 한 켠이 계속 답답하고 아팠던 이유는 이거였다. 

왜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밖에 영원할 수 없는가. 

마침 어디선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해변 왈츠씬 동영상을 보고, 트위터에 링크하면서 짧은 추모 메세지를 남겼다.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적잖은 위안을 느꼈다. 우리 모두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도 7년이나 이 세상에 살아남았고, 그 결과 모두 공평하게 나이를 먹었지만, 그녀만은 25세 그대로다. 여전히 매력적이며, 여운이 짙은 웃음을 가졌다. 변하지 않는다는 그 '불공평함'이 해가 갈수록 뚜렷해져,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sjyoo